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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래에도 유능(有能)을 이어가는 일타 건설기업으로... / 김한수 세종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이름 관리자 이메일  bbanlee@kfcc.or.kr
작성일 2020-11-03 조회수 3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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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대학에서 학생들의 진로 지도를 하기가 너무 난감해졌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건축 관련 학과를 졸업하면 어떤 진로 방향(Career Path)이 있으며, 어느 시기에 무슨 준비를 해야 하는지 나름대로 확신을 가지고 감히 지도라는 것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하고는 한다. “나도 살아보지 않은 세상이라 얘기하기가 쉽지 않구나. 우리 한번 같이 공부하고 고민해보자”. 마음 착한 어린 학생들은 지도교수의 무능함을 탓하지 않고 진심을 이해해주는 것 같아서 다행이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변화는 유능(有能)을 무능(無能)으로 바꾸는 것 같다.

유능을 무능으로 느끼게 하는 현상은 건설산업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전환, 스마트 건설 등은 가슴을 설레게 하는 뜨거운 키워드이고 다가올 미래이지만, 현재의 유능한 건설기업조차도 여차하면 미래에는 무능해질 수도 있겠다는 걱정과 불안감을 가지게 하는 것 같다. 거기에 뉴 노멀(Normal)이라는 불확실성 요소가 첨가되면 걱정과 불안감은 배가된다.

결국 관건은 현재의 유능을 미래의 유능으로 이어가는 것이다. 필자도 이 주제가 궁금했다. 그래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그보다는 조금 더 먼 미래의 유능을 이어가기 위해 글로벌 건설산업에서는 어떤 고민과 노력들을 하고 있는지 이리 저리 정보지식 쇼핑을 해보았고 그 결과 네 가지 핵심 메시지를 관찰할 수 있었다.

첫째는 첨단 무기의 장착이다. 진보된 기술, 장비, 공법, 시스템 등 새로운 도구로 무장하는 것이 유능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이제는 무엇이 건설산업의 첨단 무기인지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비록 담론과 실무간의 격차는 아직 존재하고 있지만 이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이 건설기업이 유능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채택되고 있다.

둘째는 펀더멘탈(Fundamentals)의 재무장(再武裝)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미래 대응 전략들에서는 펀더멘탈을 제대로 정비할 것을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었다. 재무, 회계, 수주, 거버넌스, 사업수행 역량, 인적자원, 공급망 등이 펀더멘탈 재무장의 핵심이다. 아무리 속도감 있는 변화가 일어나도 도구(기술, 장비, 공법, 시스템 등)에서 변화가 먼저 빠르게 일어나는 것이지 이들의 기저(基底)가 되는 핵심 펀더멘탈은 그 속도만큼 빠르게 변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결국 비즈니스 성과 향상을 위해 첨단 무기 도입을 위한 노력은 하되 펀더멘탈은 반드시 다져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운동선수이든지 실력과 성과의 기저(基底)가 되는 것은 기초 체력이라는 것과 동일한 원리이다.

셋째는 변화하는 도구에 적합하도록 기업의 일하는 방식도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되고 있다. 변화에 따른 새로운 도구는 이에 어울리는 일하는 방식과 매칭되어야 그 효과가 극대화 될 수 있다. BIM, 프리콘, OSC(Off-Site Construction) 등이 대표적인 예시가 될 수 있다. 이 세 가지 예시를 조합해보면 기존의 페이퍼 베이스(Paper-Based)로 시공단계 비즈니스에 국한되어 현장생산에 의존하여 일하는 방식은 이미 한계치에 도달했다고 풀이할 수 있다. 골프를 잘 치기 위해 궁극적으로 바꾸어야 할 것은 골프 클럽이 아니라 플레이어라고 하는 말은 골프 하수(下手)인 필자에게도 명언으로 들린다.

마지막으로 너무도 당연하게 강조되는 혁신이다. 혁신(Innovation)이라는 용어는 라틴어의 새롭다(New)라는 뜻의 ‘Novitas’에서 유래되었다. 여기에 안(In)이라는 접두어가 붙었으니 ‘(기업의) 안을 새롭게 한다라고 해석된다. 혁신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해석이 있지만, 혁신은 (기업의) (In-)에 있는 사람을 활용해서 새롭게 되는 것(-novation)이라는 필자의 견해를 나누어보고 싶다. 대학에서 근무한 지난 세월 동안 건설기업들과 많은 워크샵을 함께 진행 할 기회들이 있었다. 워크샵은 건설기업들이 해결해야 할 다양한 현안문제점을 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 실행방안, 한계조건, 극복방안 등을 해당 기업의 구성원들이 개발하고 공유하는 내용과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때마다 깨달은 것이 하나 있었다. 스승은 기업 내부에 이미 있다는 것이다. 본인이 소속된 기업의 내부 상황과 일하는 방식을 제일 잘 이해하고 있는 구성원이 진단하고 처방한 것이니 잠깐 왔다가는 외부 교수의 진단과 처방 보다 훨신 더 실무적이고 실용적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열정적으로 진행된 워크샵의 끝 마무리에 항상 찜찜함 같은 것이 있었다. 한 건설기업의 워크샵 참여자가 했던 말을 인용하자면, “교수님, 우리도 이런거 내부적으로 많이 해요. 좋은 아이디어, 실행방안, 전략 개발 하는거요. 그런데 그게 지속적으로 실행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아요...” 대표적인 장애요인으로 단기적인 성과, 기득권 고수, 변화에 대한 저항, 투자에 대한 부담감, 리더 그룹의 무관심 등이 언급되고는 했다.

혁신에서 아이디어가 부족한 경우는 없다. 이를 구현하고 실행할 지속적인 동력이 부족한 것이 혁신이 실패하는 주요 원인이다. 건설기업에 이미 존재하는 내부 스승을 활용하는 것과 이들의 경험과 가르침이 증발되지 않도록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건설기업이 현재의 유능을 미래의 유능으로 이어가기 위한 혁신의 관건이다.

지금까지 현재의 유능을 미래의 유능으로 이어가기 위한 네 가지 핵심 메시지를 제시하였다. 그런데 현재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양극화 현상을 고려할 때 유능을 넘어서 일타가 되어야 생존과 발전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시 학원가에 일타 강사라는 용어가 있다. 1등 스타강사의 줄임말로 학원 등에서 가장 인기가 많거나 수강신청이 첫 번째로 마감되는 인기 강사를 지칭한다. 일타 강사의 조건은 재미있고 이해가 되며 성과를 예측신뢰할 수 있는 강의를 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 개념을 차용해 보면 건설 서비스를 건설고객이 재미있고 쉽게 이해가 되도록 하며, 그 성과(시설물)에 대해 건설고객이 예측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이 일타 건설기업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빠른 속도의 변화는 건설기업으로 하여금 불안감과 무능감을 느끼게 한다. 관건은 현재의 유능을 미래의 유능으로 이어가며 일타 건설기업으로 앞서 가는 것이다. ‘첨단 무기의 장착, 펀더멘탈의 재무장, 일하는 방식의 변화, 내부 스승을 활용한 혁신으로 현재의 유능을 미래로 이어가며, 건설고객에게 재미있고 예측 가능하며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와 성과를 제공하는 일타 건설기업이 넘쳐나는 우리 건설산업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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