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계절입니다. 이번 달에 대선을 치르고 두 달 뒤에는 새 대통령이 나라를 이끌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짧은 기간에 정치와 경제가 경이롭게 발전한 나라로 찬사 받고 있지만, 시장과 기업은 정부가 바뀌면 집권자의 철학과 역량에 따라 부침을 겪었습니다. 어느 정부 가릴 것 없이 인프라 사업들도 써야 할 돈을 제때 투입하지 않다가 선거철이 오면 표심잡기일거리만 늘리다 보니 정작 중요하고 시급한 사업은 뒤로 밀려 사업비만 증가하는 현상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들어섰던 이번 정부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큰 틀을 흔들었습니다. 그 공과는 역사에 맡기더라도 이번 대선에 여당의 슬로건이 “앞으로 제대로”이었던 걸 보면 지난 5년간 한 일들이 좋은 점수를 받기가 어렵다고 스스로 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누가 되든 지금의 정책들이 대폭 수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주택정책이 대표적입니다. 수요와 공급은 시장에 맡기는 것이 원칙임에도 정치적 이유로 정책의 왜곡이 반복되어 실수요자인 서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소주성, 탈원전, 임대차3법 같은 법들이 대표적인 이념지향적 실패사례로 평가되는데, 중대재해처벌법도 그런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매우 큽니다. 특히 건설산업에는 재해와 관련된 법들이 경합적으로 충격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어느 정당도 이 법들에 대하여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게 되어버렸습니다. 언론들은 아직도 건설회사들이 ‘싸게 빨리’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하고 있습니다. 대형법무법인들은 수요가 늘 것에 대비하여 전담팀을 만들었습니다. 건설시장에 강풍이 아니라 폭풍이 불어 닥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건설산업을 대표한다는 관련단체들은 폭풍이 지나가기만 기다리는 것처럼 보여 안타깝습니다. 유행(流行)이란 ‘흘러간다’는 뜻인데 지금 이 법들은 흘러지나갈 법들이 아닙니다.
지킬 수 없는 법이 나왔다고 주저앉을 수 없는게 CEO의 자리입니다. 난세에는 고전에서 지혜를 얻으라고 합니다.
법이 홍수를 이루는 세상입니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도천지장법(道天地將法)은 ‘법으로 다스리려 하지 말고 민심을 내편으로 만들라’는 뜻입니다. CEO와 현장일선의 작업자가 한 마음으로 일해야 한다고 읽힙니다. 그러나 진정성을 보이기가 무척 어려운 세상이 되었습니다. "쇼하구 있네"는 너무 흔한 말이 됐고 스마트폰으로 퍼지는데 1분도 안 걸립니다.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민다이기국가자혼(民多利器國家滋昏)은 ‘국민들이 문명의 이기를 많이 가질수록 나라 다스리기가 어려워진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CEO가 예전보다 더 기본에 충실하고 진정성을 보여야 현장 최일선까지 진정으로 일합니다.
정부부처를 포함하여 건설산업에 진정한 리더가 안 보인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있었습니다. 컨트롤타워는 아니더라도 공공과 민간의 발주자, 수급자, 자재공급자 등 건설을 대표할만한 단체들이 모두 참여하여 객관적 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미국의 CII(Construction Industry Institute)같은 조직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세계로 눈을 돌리면 기술혁명과 시장혁신은 저항할 수 없는 속도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어떤 변화가 오더라도 움직일 수 없는 시장경쟁의 원칙은 ‘좋게 빨리 싸게’입니다. 그러나 이 원칙은 여러 제약 조건들을 극복하고 최선의 역량을 발휘할 때라야 실현됩니다.
일본에서도 현장에서 안전기원제를 많이 지냅니다. 신령님께 비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마음을 모아 함께 가자’는 합심동행(合心同行)의 뜻이 더 크다고 합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은 CEO가 모든 노력을 다했다면 직원들도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일 것이라는 뜻으로 읽혀집니다. 무지하거나 무능한 CEO는 없을 것입니다. CEO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불신이 쌓여 조직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CEO의 신념을 직원들에게 행동으로 보여 줄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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