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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정치 철학 보다 시장을 보는 지혜가 필요했다 / 권주안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이름 관리자 이메일  bbanlee@kfcc.or.kr
작성일 2022-05-02 조회수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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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임기가 끝나간다. 문재인 정부의 주요 테마는 소득주도성장과 일자리 만들기, 공정경제의 정립, 코로나 비상경제 운영, 그리고 부동산 불평등 시대의 종식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견이 있겠지만, 일자리 만들기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데 실패했고, 공정경제 슬로건은 재벌에 대한 미온적 태도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소수의 인사들이 보여준 모순적 상황이 한 몫 했지만, 앞과 안과 뒤가 모두 다른 모습을 보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부동산은 미증유의 혼란을 경험했다. 보이지 않는 투기세력을 대상으로 규제를 강화했지만 정부의 참패로 끝났다.

 

아름다운 생각과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것은 좋은 일이다. 세상을 그렇게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비전을 가질 수 있으니깐 말이다. 그러나 세상과 시장을 향한 정책은 그런 방식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특히 주택시장이 그렇다. 촛불 세상이 정치 프로세스를 거쳐 선택했던 정부가 세상과 시장의 엄중함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역선택을 했다. 정부는 시장을 몰랐고, 시장을 이해하려 하지도 않았다.

 

이제 출발하는 윤석열호는 공약을 통해 얼어붙은 주택시장에 온기를 가져다주고 있다. 도시 주택공급을 막았던, 켜켜이 쌓였던 재건축과 리모델링에 대한 규제의 얼음과 눈이 녹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만들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가진 주택공급에 대한 트라우마로 닫혔던 선()순환에 대한 기대감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동안 논란이 되었던 이슈를 복기해보자.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으니 주택공급이 충분하다고 결론짓는 것은 동화책 속의 이야기 같이 현실감이 전혀 없는 생각이다. 정부는 공급이 충분하다는 판단 하에 공급 확대 보다 투기세력 발본색원에 초점을 맞추었다. 주택보급률 100%를 넘어섰다는 것은 가구 수 보다 주택이 많아, 절대적 부족을 벗어났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주택보급률은 2020년 기준으로 서울은 94.9%, 인천은 98.8%, 경기도는 100.3%였다.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많은 사람들이 서울과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고, 소득이 높아져 사람들이 주거하고 싶은 주택 기준도 높아지고 있다. 주택수요는 새로워지고 많아지는데, 주택 품질과 재고와 신규공급은 그대로이다. 보급률 숫자와 달리 공급 부족에 대한 심리적 불안이 조성되었고 가격은 상승했다. 주택보급률이 100%에 근접해도, 수요 문제는 늘 있으며, 주택가격도 안정되진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정부 생각과 달리, 결국 주택가격은 올랐다.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증가한 것이고, 가격 상승이 예상되면 수요는 더 많아져 가격을 더 상승시킨다. 가격이 오르는데 왜 수요가 증가할까. 투기세력 때문이 아니다. 가격이 더 오르기 전인 지금이 가장 저렴할 때여서 주택 구매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2021년 말 기준으로 청약통장 가입자는 전국이 28백만이고 수도권은 16백만으로, 인구 대비 56%에 육박하는 국민들이 분양주택을 기다리고 있다. 그만큼 주택수요는 충분하고 넘친다는 의미라면 인구가 집중되는 지역은 더 하지 않을까. 여기에 정부의 거시경제 운영으로 만들어진 저금리 여건도 주택수요를 증가시켰다. 시장 흐름 상 모두 지극히 정상적인 전개이다.

 

이 대목에서 2주택 이상 소유자들이 주목받게 되는데,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소득 격차로 발생한 문제를 부동산 불평등에 그대로 투영하는 것은 본말이 바뀌어 적절하지 않다. 소득 불평등이 다주택자로 이어지지만, 소득 불평등 상태를 그대로 놓아 둔 채 부동산 평등을 추구하는 것은 실효성이 전혀 없다. 기회가 균등해도 결과는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 세상사이지 않겠는가. 오히려 정부의 금융 규제로 부익부 빈익빈의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역선택의 결과로, 주택시장과 국민들은 더 혼란스러웠고, 주택가격은 서민이 접근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이 올랐다. 정부는 국가를 경영하고, 국민은 국가 경영을 정부에게 맡긴 주주라고 할 수 있다. 주주의 안정적 이익을 책임져야 하는 것이 경영자의 첫 번째 덕목이며, 실적으로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기회가 균등하고 과정이 공정했음에도 정부가 보여준 실적은 참담하기만 했다.

 

얼마 전 여의도 윤중로에 벚꽃이 만발했다. 봄이 옴을 알리는 신호다. 윤석열호의 공약은 시장 중심으로 접근하고 생각하겠다로 요약된다. 봄은 왔다. 진정 봄인지 아닌지는 국민이 그리고 시장이 결과로 정직하게 보여주고 판단할 것이다. 전임자의 실수와 실패가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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