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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구감소 시대를 대비한 건설산업의 변화와 혁신 / 이현수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명예교수
이름 관리자 이메일  bbanlee@kfcc.or.kr
작성일 2024-10-07 조회수 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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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장래의 가장 큰 걱정은 인구감소에 따른 국가소멸 가능성이다. 저명한 인구학자인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2006년 유엔 인구포럼에서 “한국의 저출산 추세가 지속되면 인구소멸국가 1호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하위 수준인 0.72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는 엔데믹 이후 결혼 증가로 합계출산율이 약간 상승하였으나 저출생은 지속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변화 추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구는 올해 정점을 찍은 후 내년부터는 서서히 감소하고 30년 후에는 500여만명의 인구감소가 예상된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러한 급격한 인구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건설산업의 역할변화와 혁신전략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인구감소에 따른 우리나라의 인구구조는 청년층은 줄어들고 고령층이 현격하게 증가하는 초고령사회의 진입을 앞당기고 있다. 건설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인구문제는 저출생 보다는 고령화 현상이다. 청년층의 진입이 줄어들면서 건설산업의 고령화는 다른 산업 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건설현장 근로자의 평균 연령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젊은 세대가 건설직군을 회피하는 것은 그만큼 건설산업에 대한 매력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건설산업은 노동집약적에서 기술집약적으로 변모하고 있지만 아직도 사람에 의존하는 면이 강하다.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건설시장의 침체로 건설분야 취업자가 감소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건설현장에서는 기능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힘들어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빈자리를 일부 채워주고 있지만 숙련공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기능인력과 숙련공의 부족으로 인해 건설생산성은 저하되고 시공품질도 예전 보다 못하다는 평가다. 이제 외국인 건설근로자의 합법적인 고용과 정당한 처우에 대해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이들에게 의사소통 방법과 직업훈련 기회를 부여하여 현장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건설산업은 인류에게 필요한 정주환경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작은 주택에서 마을을 거쳐 도시로 확대되는 과정과 도시를 연결하는 다양한 인프라 시설이 건설산업을 통해 구축되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면서 주택보급율이 높아지고 도로, 철도, 공항 등 주요 인프라 시설이 확충되면서 GDP에서 차지하는 건설산업의 비중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지난 20년 동안 건설투자 규모가 30% 이상 감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건설시장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건설산업의 생존을 위해서는 해외시장 진출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해외건설공사에서 좋은 성과를 달성하였지만 이제는 중국 건설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밀려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따라서 해외시장 진출전략을 도급공사에서 투자개발사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여 금융과 건설이 융합된 팀코리아를 구성하고 해외 PPP (Public-Private Partnership) 사업에 적극 참여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최근 베트남의 도시개발 사업추진과 체코 원자력발전소 사업수주와 같이 스마트 도시설계와 엔지니어링 기반의 고부가가치 분야를 집중 공략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인구감소에 따른 지방소멸의 위기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인구감소와 건설산업의 연관성을 외부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우선 도시형태의 변화가 눈에 띈다.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지방도시는 쇠퇴하고 인구감소로 인해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들이 도처에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라고 한다면 건설산업의 역할은 대안을 제시하고 직접 참여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1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를 감안하여 주택정책의 개선과 주거형태의 재구성을 위해 적극적인 의견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주택이 단순히 거주하는 기능을 넘어서서 입주민의 생활 편의와 커뮤니티 형성이 가능한 공간복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방도시의 인구유출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콤팩트 시티 개발을 제안할 수 있다. 콤팩트 시티는 오래된 개념이지만 도시의 기능을 한 곳으로 집약하고 직장과 일터를 근접시켜셔 생활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목적이 있다. 즉, 도보 이동이 가능한 범위에서 직(職: Work) 주(住: Live) 락(樂: Play) 중심으로 도시공간을 재구축하는 것이다. 콤팩트 시티는 도시 내부에 서민용 임대주택과 같은 Affordable Housing을 제공하여 도시 외곽에서 출퇴근에 장시간을 소모하는 직장인들의 고충을 해결해줄 수 있다. 콤팩트 시티 개발을 통해 지방소멸의 위기를 극복한 해외 도시들의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지방도시의 생존전략과 미래 도시정책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건설산업에서는 생산성과 품질이 핵심적인 요소로 고려된다. 최근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될 만큼 건설현장에서 안전이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아무리 법제도를 엄격하게 규정하여도 건설하자와 안전사고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최근 건설산업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OSC (Off-Site Construction)가 재조명을 받고 있다. OSC는 공장에서 제작한 부품이나 유닛을 현장으로 운송하여 조립하는 공법이기 때문에 생산성과 품질 및 안전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건설의 게임 체인저로 각광을 받고 있다. OSC는 BIM과 로보틱스와 같은 스마트 자동화 기술을 접목하여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공장에서 유닛을 제작하므로 품질관리가 용이하여 하자를 미연에 방지하고, 현장 작업이 줄어서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장점이 있다. 공장 자동화 설비를 완벽하게 갖추게 되면 투입 인력이 줄어들어 향후 인구감소 문제에도 대비할 수 있는 공법이다.  


인구감소에 따라 건설분야의 많은 업무들이 자동화 및 디지털 기술로 대체되면서 건설기술자의 역할도 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프로젝트 수행과정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프리콘 업무와 디자인 역량이다. AI가 도우미 역할을 해줄 수는 있어도 PM의 창의적인 프리콘 업무와 건축가의 창작능력을 완벽하게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다. 특히 도시개발과 같은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신도시개발 경험을 토대로 스마트 도시를 구현하기 위한 창의적인 컨셉 플랜과 마스터 플랜 작성역량이 요구된다. 최근 도심지에 남아있던 공장들이 공간브랜딩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여 활력이 넘치는 만남의 장소로 변모되는 사례도 발상의 전환과 창의적 사고에 따른 것이다. 


인구감소 시대를 대비하는 건설산업의 역할변화와 혁신전략으로 투자개발사업과 도시설계 및 엔지니어링 기반의 해외건설시장 진출, 지방소멸 방지를 위한 컴팩트 시티 개발, 생산성과 품질 향상 및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스마트 신공법 활용, 새로운 공간 창출을 위한 창의적인 디자인 역량 강화 등을 제안하였다. 아무래도 기성세대는 인구감소를 걱정하면서도 미래세대가 직면할 문제이므로 한 걸음 뒤에서 의견만 제시할 뿐이다. 따라서 청년세대가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등의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건설산업의 매력도를 높여서 청년세대의 진입을 유도할 수 있도록 디지털 기술과 건설을 접목한 ConTech 분야의 스타트업 창업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건설기업에서도 저출생 문제 해결과 일·가정 양립을 위한 다양한 가족친화제도를 수립하고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관산학연의 건설전문가들이 인구감소와 건설산업의 관계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산업의 경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해 함께 노력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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