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년 전 싱가포르에 출장을 갔다. 택시 기사가 한국에서 왔다 하니 다짜고짜 싸이라는 가수를 물어보면서 한국 가수가 싫다고 했다. 이유는 자기 딸이 고등학생인데 공부는 안 하고 한국 가수들 공연을 쫓아 다닌다는 부모의 푸념이었다. 언젠가부터 한류로 일컬어지던 우리 대중문화가 K-컬처로 명칭이 바뀌었다. 그 영향력 또한 동남아시아 지역 일부 국가를 넘어 전 세계로 확장함에 따라 이 같은 일련의 변화를 바라보며 필자는 격세지감을 느낀다.
‘K-컬처’가 무엇인가? 그 동안의 케이(K) 시리즈(팝, 푸드, 뷰티 등)를 모두 망라한 종합판이 ‘K-컬처’가 아닌가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케이(K)라는 이니셜은 이제 우리건설산업으로 들어와 ‘K-건설’이라는 신조어 등장과 함께 글로벌 건설 시장에서 활동하는 우리 건설기업을 통칭하는 용어로 자리 잡았다.
일반 사람들은 케이(K)라는 이니셜이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키워감에 따라 건설업계에서 그냥 가져다 붙인 거 아니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겠지만 ‘K-컬처’와 ‘K-건설’을 놓고 보면 전혀 다른 듯하면서도 유사점이 많다.
필자가 격세지감이라고 표현하였듯이 불과 십수 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의 대중문화와 건설기술이 현재와 같이 세계적인 유명세를 떨칠 것으로 생각이나 할 수 있었는가? 오랜 기간 외국에서 바라보는 우리나라는 아시아 어딘가에 있는 내전으로 말미암은 분단국가 혹은 이마저도 아닌 한번 좀 들어본 나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이는 현재 시점이 아닌 과거 시점으로 바라볼 때의 의견이며 지금은 단연코 전혀 다를 것이라 필자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K-건설의 시리즈
‘K-컬쳐’가 다양한 시리즈의 결정판이라면, 우리 해외 건설산업은 ‘K-건설’을 주축으로 K-원전, K-스마트 시티, K-철도 등 다양한 후속 연계 시리즈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개별 기업을 넘어 국가간 대항전 양상을 보이는 해외건설 시장에서 ‘케이(K)’ 이니셜이 갖는 브랜드 영향력으로서 가치가 매우 클 것으로 판단된다.
다양한 ‘K-건설’ 후속 시리즈 중 ‘원전, 스마트 시티’는 그간 언론매체를 통해 소개된 바 있기에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은 ‘K-철도’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주목받는 K-철도
국내를 넘어서 전 세계로 나가는 우리나라의 철도 역사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지금으로부터 125년 전 대한제국 시기인 1899년 인천(제물포)-노량진 간 경인선(33.2㎞, 개통 당시 시속 10㎞) 부분 개통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철도 시대가 열렸다. 당시 주요 교통수단이 ‘소달구지, 인력거’ 등 이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기차의 등장은 사회적으로 놀라움을 넘어서 가히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다만, 해당 철도노선 건설의 사업 주체 측면에서 보면 자금과 기술 부족으로 대한제국이 아닌 일본 자본으로 설립된 기업(최초 철도 부설권은 미국인이 획득하였으나, 우여곡절 끝에 일본이 설립한 경인철도합작회사가 수행)이 건설하였다는 점이 아쉬우나 근대적 교통기관 도입을 통한 교통 역사의 전환점 마련과 더 나아가 우리나라 철도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모태로 작용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최초의 도시철도(지하철)는 1974년 개통한 서울 지하철 1호선으로, 그 당시 열악한 국가 재정과 기술력 등의 한계로 일본의 지원(차관, 차량·신호 기술, 차량 등)을 토대로 사업을 추진하였으며, 건설 과정에서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음에도 성공적으로 개통함에 따라 아시아에서 3번째로 지하철을 보유한 나라가 되었다.
또한 고속철도(KTX)는 지난 2004년 개통한 경부고속선으로 1980년대 말부터 논의를 시작하여 1992년 건설을 시작하였으며 국제입찰(독일 : ICE, 일본 : 신칸센, 프랑스 : TGV)을 통해 프랑스의 TGV 기술(차량, 전차선, 신호시스템 등 이전 조건)을 선정하였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는 고속철도 건설 및 차량 제작 기술 이전과 이를 토대로 세계적인 수준의 고속철도 기술 역량을 갖출 수 있었다.
이처럼 우리나라 철도 기술의 발전은 철도 건설 및 운영 그리고 차량 제작 기술까지 보유한 명실상부한 철도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으며, 이 같은 과정을 거쳐 국내 순수기술로 세계에서 4번째로 시속 400㎞대 고속열차를 개발하는 쾌거를 달성하였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 ‘K-철도’ 기술에 대한 러브콜이 쇄도하는 이유는 오랜 기간 철도 관련 공기업의 해외 진출 노력과 민간기업의 철도 차량 제작을 위한 꾸준한 역량개발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지난 9월 개최된 2024 글로벌 인프라협력컨퍼런스(GICC)의 슬로건 인 “팀 코리아 위드 유(Team Korea with YOU)”를 토대로 해외 시장에 진출한다면 ‘K-철도’의 미래는 오늘보다는 내일이 그리고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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