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국민총소득은 2024년의 0.4%, 개인소득은 0.6%에 지나지 않았다. 건설기술 수준은 일본이 설계한 청사진을 재생하는 정도였고 시공기술은 근로자의 손끝 경험에 의존하는 게 전부였다. 기술인은 근로자와 하도급자 관리, 그리고 가시설을 설계하는 수준이었다. 기술인과 기능인은 공사현장에 혼(魂)을 다해 상상하는 목적물을 완성 시키는데 노력을 쏟아부었다. 누구도 나라와 건설의 미래를 말해주지 않았다. 魂을 다했던 것은 내수 시장이 얼마든지 있었고 또 배고픔을 해결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뭔가를 하면 반드시 결과를 얻어 낼 수 있다는 신념도 있었다. 공사현장에 예고 없이 수시로 방문하는 창업주는 도전 정신이 무엇인가를 행동으로 보여줬다. 시장은 얼마든지 있기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실천으로 보여줬다. 기술인과 근로자는 창업주가 가르치는 방향을 믿고 따랐다. 창업주는 안일한 사람을 용서하지 않았지만 실수하며 도전하는 사람에게 처벌 대신 용기를 북돋아줬다. 기술과 자본 제로에서 출발한 한국경제는 2021년 선진국클럽에 진입했고 건설은 글로벌 10위권 안에 진입해 있다.
러·우전쟁, 중동지역과 대만과 중국 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미국에 트럼프2기행정부가 출범했다. 어느 사회나 국가에서든 최강은 언제나 1이지 2를 용납하지 않는다. 군사강국 러시아를 제치고 경제 최강을 노리는 중국을 미국이 용인 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이 2025년을 지배할 것으로 누구나 예상한다. 대통령중심제 대한민국에 국가와 사회 리더그룹 상실 사태가 발생했다. 故이건희회장이 외쳤던 4류 정치가 국가와 사회, 경제를 이끌어가는 상황이 되었다. 원칙과 방향을 기대하기 힘든 사회가 당분간 지속 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외 불확실성보다 더 큰 불확실성이 한국건설에 돌출했다. 3高(물가·금리·환율)가 건설을 3低(수주·기성·수익)로 고착시켜 버렸다. 비중 70%를 차지하는 주택·부동산 시장에 돌발 변수가 상수로 변했다. 3高가 유발한 공사원가 상승으로 건설사가 시장을 외면하는 세상이다. 4류 정치가 막무가내로 쏟아내는 교통인프라와 지역개발 시장은 연료인 재정 부족으로 전형적인 외화내빈 상태다. 성장하지 못했던 공공시장 입찰에 유찰이 더 이상 주목을 받지 못한다. 건설사가 공공 건설공사를 외면하는 것은 완전히 비상식적 현실이다. 내수시장이 어려울 때 해외시장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게 오늘이다. 한국건설기술의 힘이 숨어버렸다.
국가와 국민이 존재하는 한 건설이 주력하는 교통, 에너지, 수자원, 주택·도시 등 국토인프라 수요는 멈추지 않는 불멸의 시장이다. 시장을 지배하는 산업과 기술은 달라질 수 있어도 시장은 존재한다. 산업 간 경계선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 순수 기술은 융합기술로 변했다. 기술과 기술, 공학과 사회·인문과학의 경계선도 파괴된 지 오래다. 불멸의 시장을 지배하는 산업과 기술이 변했음을 받아들이면 도전의 길이 분명하게 보일 것이다. 시장이 없는 게 아니라 생존과 성장 무기가 없거나 부족함을 인정해야 한다. 배고플 때 활력이 넘치는 생존 본능이 살아난다는 게 우리의 경험이다. 50년 전 아무것도 없었지만 끊임없이 도전했기에 생존을 넘어 압축성장이 가능했다. 불확실성을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때를 기다리기보다 기회를 만들어 갈 때 길이 만들어진다. 처음부터 길은 없었다, 누군가 먼저 길을 만들었기 때문에 교통시장이 형성되었다. 건설이 주력하는 국토인프라 시장은 지구촌 전체에 널려 있다. 과거와 다른 생존과 성장 전략을 펼치면 기회는 얼마든지 오게 되어 있다.
재건축·재개발시장은 더 이상 고수익 사업이 될 수 없는 시장으로 변했다. 재건축이 돈보다 골칫거리가 될 수 있음을 국민이 알기 시작했다. 3高 시대를 통해 금융기관이 PF의 위험성을 체감했다. 재건축·재개발시장이 반드시 호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산업체도 실감했다. 지금까지 해 오던 방식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도 충분히 체감했으리라 짐작된다. 선진국클럽에 진입한 한국건설의 위상은 추격자보다 선도자 역할만이 생존의 길이라는 사실도 절감하고 있으리라 본다. 다수가 아닌 소수에 의해 산업체의 미래가 좌우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 스타 기술자를 어떻게 발굴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금융에 왜 금융공학이 별도로 필요한지도 알게 된다. 거의 무한대인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서 팀코리아보다 글로벌팀 합류가 더 유리한 게 현실이다. 한국건설의 실상을 이해했다면 한국건설의 혼(魂)인 도전 정신과 기술 재무장을 위해 빨리 행동해야 할 때다. 행동해야 하는 이유는 불멸의 시장이 있기에 국격에 앞서는 선도 역량 무기로 무장하면 얼마든지 생존을 넘어 성장할 수 있다. 어느 누구도 산업체와 개인의 미래를 대신 책임져주지 않는다. 산업체가 나서야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 건설은 개별 프로젝트(project) 계약을 넘어 사업(business) 포트폴리오를 확장해야 한다. 시장은 국경을 넘어 글로벌로 넓혀야 산다. 법과 제도에 의존하거나 정부에 기대하기보다 산업체가 연대하여 글로벌팀 구축을 주도해야 할 상황이다. 재정보다 민간자본 활용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해야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한국건설의 강점과 검증된 인프라 구축의 경험과 혼(魂)을 글로벌 시장이 인정하고 있는 시기를 최대한 활용 할 수 있는 기회가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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