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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공지능(AI)도 도와주기 힘든 과제 / 이순병 한국공학한림원 원로회원
이름 관리자 이메일  bbanlee@kfcc.or.kr
작성일 2025-03-04 조회수 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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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설을 전후해서 많은 언론의 첫 페이지에 실린 것은 단연 ‘딥시크’였습니다. 중국에서 태어나 대학 교육을 마치고 스타트업을 창업한 ’85년생 젊은이가 만든 이 토종 프로그램은 순식간에 AI의 황제 ‘엔디비아’의 주가를 17% 하락시켰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딥시크’ 개발비는 ‘메타’가 쓴 비용의 10분의1 수준이라는 점입니다.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오픈 소스(open source)를 이용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한 대형 언론사는 “’딥시크’의 성과는 미국의 무역 제재가 중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정책에 의문을 나타냈습니다. 지금은 ‘딥시크’가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것 때문에 여러 나라에서 ‘딥시크’ 사용을 막고 있습니다. 그만큼 그 영향력이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당장 내일 먹거리가 급한데 한가하게 이런 이야기를 꺼내느냐고 질책하실 건설회사 CEO들도 계실 겁니다. 그러나 이런 첨단기술로 인한 급격한 환경 변화가 언젠가는 건설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합니다. 제가 이런 판단을 하는 이유는, 첫째로 기술 발달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고 그 사용 방법도 매우 현업 맞춤형이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회사 임직원들의 손과 머리로 충분히 실현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둘째로는 미디어의 발달로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성공 사례들은 매우 빠른 속도로 현장 일선까지 파급될 것입니다. 현장의 엔지니어들도 이런 사례에 자극을 받아 본사의 승인이나 예산을 요청하지 않고도 새로운 기술에 도전해 성공할 수 있습니다.

“경제가 나빠지면 돈 버는 직업은 컨설턴트”라고 꼬집는 우스개 소리가 있습니다. 연말 연시에 언론이나 대기업들은 의례적으로 새해의 전망에 대하여 교수나 연구원들에게 컨설팅을 의뢰합니다. 컨설턴트들은 늘 자료를 업데이트하면서, 자기 나름의 자문을 해주거나 글을 기고합니다.

대부분의 컨설팅은 3C라는 전형적 패턴을 갖고 있는데, 건설 분야도 그렇습니다. 발주 환경(customer), 경쟁자(competitor), 그리고 회사의 경쟁력(company)에 대하여 살펴보는 것입니다. 지역적으로는 주로 미국, 영국, 일본을 벤치마킹하고, 업역은 토목, 건축, 플랜트, 주택으로 나누어 분석합니다. 이는 매우 전형적인 접근법이므로 흠잡을 일도 아닙니다.


그러나 AI가 발달하면 이런 전형적 자문 구조는 AI가 충분히 답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고객들은 돈이 안 드는 AI의 자문에 눈을 돌리게 되어, 컨설턴트들은 자기만의 독창적 의견을 내지 않는 한 설 자리가 좁아질 것입니다.

하지만 AI는 이미 있는 자료와 지침을 따르기 때문에 기존에 없던 새로운 상황 변화에서는 올바른 답을 주기가 쉽지 않습니다. 추론(reasoning)에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머리 쓰는 일은 AI가 많이 도와줄 수 있지만, 몸으로 하는 일은 AI가 크게 도와주기 어렵습니다. 그 대표적 예가 건설산업입니다. 인간이 살아있는 한 건설회사는 없어질 수 없습니다. 즉, 제도가 공정하고 회사의 역량이 경쟁력이 있다면, 회사는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 건설회사들의 살림이 어려운 이유를 아주 한국적인, 즉AI도 답을 주기 어려운 요인을 3가지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는 정치적 불안정입니다.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조치가 탄핵의 사유가 되는가를 놓고 정치적 해법을 찾지 못하고 사법부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회적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 정치가 안정되고 정부가 다시 정상적으로 기능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정부 정책에 민감한 건설산업에서도 시장 예측과 그에 대한 대응 마련이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둘째는 업역의 낮은 효율성입니다. 지금 대부분의 한국 대형건설회사들은 토목, 건축, 플랜트, 주택사업 모두를 업역으로 하고 해외에도 진출해 있습니다. 미국의 벡텔(Bechtel)은 토목과 플랜트를, 터너(Turner)는 국내 건축을 위주로 사업을 합니다. 일본의 대형건설회사들은 토목과 건축만 합니다. 두 나라 모두 주택 분야는 별도 업역입니다. 나라마다 사업 환경이 다르겠지만, 한국의 백화점식 경영은 위험 분산이라는 장점이 있는 반면, 기술 전문화와 투자의 효율성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셋째는 제도적 후진성입니다. 공공분야의 단일 가격 운찰(運札) 제도와, 감리 위주의 사업관리(CM) 제도는, 건설회사들의 기술 개발에 대한 의욕을 떨어트리고 있어 우리 건설산업 선진화에 큰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금융 분야 등에서는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반면, 기술 

분야에서는 건설회사들이 국내 사업을 통해서 해외 역량을 키울 기회를 만들어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한국적 사업 환경 속에서 일하는 CEO들은 컨설턴트의 조언과 더불어, 임직원들과 터놓고 회사의 실질적 문제들을 찾아내어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건설회사에는 조직 안정감(Stability), 흔히 말하는 ‘우리가 남이가’라는 끈끈한 조직 문화가 있습니다. 결코 나쁜 것은 아니더라도, 구성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제시하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는 분위기는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직원들은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CEO는 아프더라도 그 말이 옳다면 받아들일 포용력이 있을 때, 회사에 숨어 있는 단점이 드러나고 이를 함께 고쳐가면서 더 강한 조직으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AI는 인간의 일을 도와주는 것이지, 인간의 일을 대체하는 것은 아직 먼 이야기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합니다. 결국 최종 의사결정과 실행의 주체는 CEO일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제안하는 것도 어떤 답을 드리려는 것이 아니라, CEO 스스로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회사 실정에 맞는 답을 찾아가시라고 말씀을 드리는 것뿐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답은 드릴 수 있습니다. 지금은 본사의 임직원들도 현장의 못 하나, 이면지 한 장이라도 아끼는 방법을 찾는 것이 살아남는 길입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입니다.


기왕 인공지능으로 서두를 꺼냈으니, 여러분들께서 궁금해하실 질문에 대하여 제가 ‘chatGPT’로부터 얻은 답을 새해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첫째, ‘딥시크’보다 싸고 성능이 좋은 AI는 언제 나올까? 답은 “수년내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음”입니다. 둘째, 수퍼컴퓨터보다 30조(兆)배 빠른 양자(quantum) 컴퓨터가 실용화된다면, ‘비트코인’의 자산 가치는 어떻게 될까? 답은 “양자컴퓨팅에 대응하는 보안기술도 발전하므로 비트코인 자산 가치는 유지될 것”입니다.


올 한 해도 한건협 회원사 CEO 여러분들의 건승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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