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장을 선도하는 대한민국 대표건설사들의
전략기지가 되겠습니다.

KFCC 자료실

Global Market Explorer, Global Base Camp

KFCC 칼럼

Home > KFCC 자료실

제목 반복되는 위기, 새로운 돌파구는? / 이상호 유창E&C 부회장
이름 관리자 이메일  bbanlee@kfcc.or.kr
작성일 2025-05-07 조회수 202
파일첨부  

colum_202505.jpg


건설업계 위기설이 고조되고 있다. 수주ㆍ매출실적의 감소, 아파트 미분양 증가, 중소ㆍ중견업체 부도 및 법정관리 사례 증가 등 건설경기를 평가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지표들이 악화일로를 보여주고 있다. IMF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지금이 더 어렵다고도 한다. 


10년 내지 15년 주기로 건설업계의 위기가 반복되는 근본원인 중 하나는 건설시장의 구조변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 건설시장은 1980년대말까지만 해도 공공부문의 비중이 컸다. 따라서 정부주도의 고도성장이 지속되던 시기에는 건설업계도 안정적인 성장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민간부문 비중이 갈수록 커지기 시작했다. 특히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부문의 비중은 전체 건설시장의 절반을 상회할 정도로 성장했다. 공공과 달리 민간부문의 부동산개발사업은 레버리지에 크게 의존한다. 특히 아직도 대부분의 부동산개발사업은 자기자본비율이 5% 수준에 불과하다. 90%이상의 자본을 타인에게 의존하는 구조에서는 외환위기나 금리인상 같은 금융시장의 변화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금융시장의 위기가 닥칠 때마다 민간건축시장부터 심각한 불황에 처하는 모습도 동일하다. 지난 30여년간 우리는 사실상 동일한 구조의 위기를 세 번이나 겪고 있는 셈이다. 


우리 건설업계는 이번에도 과거 두차례 위기(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배운 교훈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과도한 부동산PF 익스포저를 관리하지 못했고, 부동산개발사업 시 자기자본비중이 너무도 작았고, 지방사업이 안고 있는 리스크를 간과했다. 위기대책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민간이 어려우니 정부에 기대보자는 식이다. 부동산 규제완화, 미분양 매입 확대, 금융ㆍ보증지원 확대, SOC 투자확대, 적정공사비 확보 등이 단골메뉴다. 물론 이같은 지원책이 건설업계가 당면한 위기를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건설시장에서 공공 대 민간 비중이 과거 7:3에서 3:7로 뒤집어졌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과거와 같은 방식이나 수준의 정부지원책만으로는 위기탈출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재정여건을 감안해 보면 정부의 지원여력도 신통치 않다. 게다가 지금은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정부 권력도 공백상태이고, 6월 대선 이후 새정부가 출범하더라도 개각 등을 통해 안정화되려면 한참 더 기다려야 한다. 그러니 건설업계에서 6~7월 중에 도미노 부도 사태가 터지지 않겠냐고 우려하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당면한 민간건설시장, 특히 부동산시장의 위기는 금융위기가 본질이다. 금융위기 직전에는 언제나 “이번에는 다르다”고 외쳐왔지만, 사실은 과도한 차입(레버리지)과 금융리스크 관리 부실이 언제나 금융위기의 근본원인이었다. 지금 우리 건설업계가 당면한 위기도 부동산PF 부실이건 과도한 은행대출이건 간에 금융리스크 관리 부실이 근본원인이다. 대통령 탄핵이나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 등 과거와 다른 측면들도 꽤 있긴 하지만, 근본원인에 관한 한 과거 IMF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다르지 않다.


위기극복을 위한 정책적 해법은 아직 나온 게 없다. 건설업계는 경기가 회복되기를 기다리면서 버티고 있긴 하지만, 경기위축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자금줄이 말라가고 있기 때문에 무한정 버틸 수 없다. 더욱이 대통령 탄핵 이후 대선 국면에서는 공약만 난무하지 당분간 이렇다 할 정부의 정책적 대응도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가 SOC투자를 대폭 확대해 주기도 어렵고, 적정공사비 확보도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국내 건설경기가 어려우니 해외건설을 활성화하자고 하지만, 해외건설시장에서 우리 건설업체들은 시공업체로서의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분간 건설정책의 컨트롤타워가 없는 상황인지라 건설업계도 비자발적인 구조조정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생존을 위해서는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  리스크 관리의 핵심은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것이라고 본다.  당면한 위기의 원인도 수익성보다는 외형중심, 수주중심으로 운영해 온 것과 연관된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특히 최고 경영진의 과단성있는 의사결정이 중요하다.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오너가 있는 중견ㆍ중소건설업체들 중에서는 위기 시에 손실을 보더라도 과감한 의사결정으로 부실사업을 정리해 온 사례가 꽤 있다. 반면에 손실을 숨기거나 회피하고자 미적미적 거리다가 더 큰 손실의 덫에 걸려 허우적 대는 사례도 많다. 지금 이 문제는 대단히 중요하다. 대통령 탄핵과 대선으로 인한 정국혼란이 올해 연말까지도 지속된다면, 마냥 버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기본이 중요하다. 생산성 향상과 원가절감 노력이 한층 강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 중심 경영이 필요하다. 정부의 공공공사 낙찰률 상향조정이나 물가변동 반영제도 개선과 같은 조치도 필요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우리 건설업체들이 프리콘 역량과 더불어 설계관리, 시공관리, 원가관리 등 총체적인 사업관리 역량을 향상시켜야 한다. 기업 내부의 사업관리 역량이 향상되지 않는 한 생산성 향상은 요원하다.


이전글  인구 축소기를 대처하는 부동산 정책 /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다음글  엄벌만능주의 늪에 빠져 있는 산업안전 /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