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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건설산업 구하기'의 마지막 대사 / 김한수 세종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이름 관리자 이메일  bbanlee@kfcc.or.kr
작성일 2025-07-29 조회수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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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에 개봉한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를 기억하십니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이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인간성, 희생, 도덕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아낸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영화는 노르망디 상륙작전 직후, 미군이 세 아들을 모두 전쟁에서 잃은 한 어머니에게 마지막 남은 아들인 라이언 일병을 집으로 돌려보내기로 결정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이는 국가가 한 가족의 절망을 막기 위해 내린 인도적 판단이었습니다. 이 임무를 위해 밀러 대위가 이끄는 소규모 특수 분대가 전장의 중심부로 파견되어 라이언 일병을 수색하고 구출합니다.


혼돈과 죽음이 가득한 전쟁터에서 라이언 일병은 끝내 살아남지만, 그 과정에서 밀러 대위와 대부분의 분대원은 목숨을 잃습니다. 밀러 대위는 숨을 거두기 직전 라이언 일병에게 마지막 말을 남깁니다.


“이 삶을 가치 있게 살게나 : Earn this.”

세월이 흘러 노년이 된 라이언은 밀러 대위의 묘 앞에 서서 울먹이며 아내에게 묻습니다.

“내가 좋은 삶을 살아왔다고 말해줘요.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말해줘요.”

아내는 조용히 이렇게 답합니다.

“당신은 그런 사람이었어요.”

이것이 영화의 마지막 대사입니다.

‘Earn this’는 단순한 유언이 아닙니다. 그것은 ‘살아남은 자의 사명’에 대한 깊은 윤리적 명령입니다. 누군가의 희생과 헌신 덕분에 살아남은 자라면, 그 삶을 스스로 책임지고 값지게 살아야 한다는 요구입니다.


오늘날 건설산업은 구조의 손길이 필요한 라이언 일병과 같은 존재로 보입니다. 전쟁터 같은 건설시장 환경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건설투자 확대, 적정 공사비 반영, 입찰·계약 제도의 개선, 과도한 규제의 완화 등 여러 ‘구조 요청’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건설산업은 단지 하나의 업종이 아니라, 국민의 일상과 국가의 미래를 지탱하는 기반산업입니다. 건설시장 활성화는 산업의 생존을 넘어, 국민 삶의 질과 공동체 지속가능성에 직결된 공공적 과제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메시지가 온전히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지을 만큼 짓지 않았느냐?”, “건설사 배불리기 아니냐?” 이런 냉소적 시선은 여전히 강하고, ‘토건 공화국’이라는 강한 프레임은 건설산업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가리는 장벽이 되고 있습니다.


건설산업이 보내고 있는 ‘구조 요청’이 설득력 있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먼저 ‘Earn this’-가치 있는 산업으로 거듭나라는 사회적 명령에 응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단지 구조만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구조 이후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어떤 산업으로 다시 설 것인지에 대한 약속과 실행이 반드시 뒤따라야 합니다.


지금 건설산업에 필요한 것은 산업 내부의 논리가 아니라, 국민이 바라는 바를 비전으로 받아들이고, 그 기대를 스스로의 변화 어젠다로 삼겠다는 책임 있는 태도입니다. 이 비전은 단지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왜 변화가 필요한지, 그 변화가 국민과 어떤 미래를 만들고자 하는지를 설명하는 이야기여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국민이 건설산업에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를 스스로의 어젠다로 삼겠다는 다짐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국민은 더 이상 공사 현장에서 반복되는 사고와 위험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재해를 예방하는 책임 있는 현장 문화로의 변화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산업’이라는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이 됩니다. 부실시공을 막기 위한 기준과 원칙을 스스로 세우는 노력은, ‘오래가는 가치를 짓는 산업’이라는 정체성으로 건설을 재정의하게 만듭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완공 후 그 공간과 시설물을 이용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고민하는 태도입니다. 이는 건설산업이 단순한 성과물이 아니라, 사람의 삶과 기억, 공동체의 일상에 책임지는 ‘함께 살아가는 산업’임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의 실천들은 기술 이상의 것을 요구합니다. 그것은 건설산업이 어떤 가치를 따르고, 어떤 태도로 존재할 것인가에 대한 서사(敍事)이며, 변화의 과정이자 목적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이 변화는 국민의 신뢰와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선택이 되어야 합니다. 바로 그런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건설산업이 ‘Earn this’라는 사회적 명령에 응답하는 방식입니다.


건설산업은 스스로 변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진정성을 국민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합니다. 건설시장의 활성화는 단순한 물량 확대가 아니라, 질적 전환을 토대로 한 신뢰의 회복과 미래 설계의 출발점이어야 합니다.


그 변화가 쌓이고 국민의 신뢰가 회복되어, 살아남은 건설산업이 언젠가 국민과 사회로부터 이런 ‘마지막 대사’를 들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건설산업은 그런 산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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