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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건설안전특별법안 올바른 접근인가 /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이름 관리자 이메일  bbanlee@kfcc.or.kr
작성일 2026-04-30 조회수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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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주의 정치가 마키아벨리는 정략론에서 “사람이 하는 사업은 동기로서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 하더라도 결과가 나쁘다면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없다는 의미이다. 특히 많은 국민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은 결과에 대해 마땅히 책임져야 한다.


현재 국회에서 제정 추진 중인 건설안전특별법을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있다. 좋은 의도로 발의됐다고 하지만 결과가 좋게 나올는지는 많은 의문이 있다. 입법 취지는 건설공사 참여자별로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건설사고의 위험성을 낮추기 위한 법이라고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내걸고 있는 명분과 달리 법리와 안전원리 측면에서 비현실적이고 엉성한 내용이 많아 의도한 결과를 얻지 못할 것 같다.


일부 학자들은 우리나라 안전관계법의 전체 체계와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건설안전관계법의 필요성을 강변하면서 이 법안을 거들고 있다. 과연 그들이 이 법안이 의도대로 작동될지 제대로 살펴보았을까? 그럴 능력은 갖추고 있을까?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법이고 강한 형벌과 제재가 수반되는 점을 고려해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이나 하고 있을까? 그저 좋은 법이라고 말하는 걸 보면 그들에게 종합적이고 과학적인 사고 능력과 신중함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이 법안의 문제점은 차고 넘치지만 핵심적 문제점만 제시해 본다.


첫째,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과 중복되거나 상충되는 내용이 상당수 규정돼 있다. 안전관리조직, 안전관리, 안전교육 등에 있어 내용적으로 중복되는 것도 문제일 뿐만 아니라, 법 간에 의무주체가 상이하게 규정돼 있어 충돌이 심한 상태이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알 길이 없다. 무책임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도 심각한 중복점검, 자의적 법 집행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일찍이 로벤스 보고서는 지금으로부터 54년 전 영국 안전관계법규가 너무 많고 규제 의존이 심한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 바 있다. 건설안전특별법이 제정되면 우리나라 안전관계법규는 1960년대 영국보다도 복잡하고 난마처럼 꼬이게 될 것 같다. 


둘째, 강한 형벌이 수반되는데도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는 규정이 수두룩하다. 예컨대 “안전관리”, “적정한 기간과 비용”, “안전관리 역량”과 같이 전문가조차도 애매하고 모호하여 판단하기 어려운 개념이 다수 있다. 자의적 법 집행이 남발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수범자에게 행위규범으로 기능할 리 없는 만큼 재해 예방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 4월14일 국무회의에서 법무부가 발표한 것처럼, 우리나라는 툭하면 기존 법과 유사한 형사특별법, 그것도 예측 가능성이 결여된 모호한 법을 너무 안이하게 만드는 잘못된 관행이 만연돼 있다. 건설안전특별법도 이러한 폐습에 편승하는 법이라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셋째, 안전원리와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다. 예컨대 하청 근로자의 재해 예방을 위해 원청에게만 안전관리조직의 구축, 안전교육 등의 의무를 강제하고 있다. 하청 근로자의 재해 예방을 위한 기본적 안전조치 의무를 하청 근로자와 근로관계에 있는 하청에게는 부과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어느 입법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대표적인 조악한 규제이다. 재해 예방에 실효성이 있을 리 만무하다.


넷째, 발주자의 책임을 실현할 수단과 구조가 턱없이 부족하다. 안전자문사, 감리자와의 책임관계가 모호해 발주자는 사실상 책임에서 비켜나 있고 감리자가 책임을 떠안는 폐습이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안전자문사와 감리자의 역할이 중복되기도 한다. 공사 규모, 사업자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발주자(가내 공사 발주자도 포함)에게 의무를 부과하여 이행의 현실성에도 큰 문제가 있다. 


다섯째, 처벌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동일한 사항에 대하여 형벌, 영업정지 또는 과징금, 과태료를 이중적으로 제재하는 규정조차 발견된다. 가히 ‘기승전-처벌’이라 할 만하다. 실효적인 예방기준을 만드는 일은 등한시하고 안이하게 처벌을 최우선으로 삼는 제재 만능주의에 함몰돼 있다.


여섯째, 건설안전특별법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았다는 영국의 CDM[Construction(Design and Management) Regulations]과 체계, 내용에서 매우 많은 차이가 발견된다. CDM은 산업안전 보건기준 체계의 일부로 편입돼 있어 영국 산업안전보건법령과 중복·충돌되지 않는 반면, 건설안전특별법은 산업안전보건법과 별개의 체계로 되어 있어 산업안전보건법령과 중복·충돌이 불가피하다. 내용에서도 예컨대 건설안전특별법에서 막연히 ‘적정한’ 비용과 공기를 제공하라고 하면서(위반 시 강한 형벌 부과) 적정성에 대해 발주청, 인허가기관의 심의 또는 검토를 받도록 하는 건 매우 비현실적일뿐만 아니라 CDM과는 사뭇 다르다.


마지막으로, 많은 사람들이 건설안전특별법은 건설업체만 적용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그렇지 않다. 이 법은 적용 대상이 건설공사이기 때문에 건설공사를 하는 자는 업종에 관계없이 모두 적용된다. 발의자, 국토교통부, 입법에 동의하는 당사자들 모두 이 점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이 법이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클지에 대해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하지 않고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처럼 건설안전특별법은 법의 생명과도 같은 예측 가능성과 준수 가능성에서 심각한 결함이 있다. 체계와 내용 모두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형사법 개혁 방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으로 혼란이 극심한 마당에 건설안전특별법까지 제정된다면 건설현장은 사실상 ‘멘붕’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재해를 줄이려면 조잡한 규제를 남발하는 관행에서 탈피해야 한다. 아무리 규제와 제재를 강화하더라도 실효성이 없으면 많은 비용을 들일 뿐 재해를 줄이기는커녕 되레 조장할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일명 ‘김용균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이 이를 경험적으로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현장의 안전을 얼마나 더 망가뜨려야 깨달을수 있을지 답답한 노릇이다.


건설현장이 유형 및 지역에 관계없이 급격하게 줄고 있다. 작년 한 해만 하더라도 2만 개 이상의 건설현장이 줄어들었고 건설업 취업자 수는 22개월 연속 줄면서 9년 만에 190만 명 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안전특별법이 제정된다면 건설재해 예방의 효과도 거두지 못하면서 건설업체를 더욱 짓누르는 족쇄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대재해처벌법에 이어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또 하나의 법으로 기업을 옥죄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건설안전특별법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어떤 제도나 정책을 의도로 평가하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일이다.”고 말했다.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선택한 제도나 정책이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낳은 일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철저한 사전 조사·분석과 진정성 있는 의견수렴·논의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불행히도 건설안전특별법은 발의와 추진 과정 모두 이러한 절차가 많이 부족했다. 이런 절차적 하자를 치유하지 않고는 건설안전특별법이 설령 좋은 의도로 발의됐다고 하더라도 의도한 결과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올바른 결과를 산출하겠다는 책임윤리로 무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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