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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역주행해 온 산업안전정책 정상화해야 /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이름 관리자 이메일  bbanlee@kfcc.or.kr
작성일 2022-07-01 조회수 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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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 감소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문제는 어떻게감소시키느냐이다. 지난 정부는 사망사고를 절반 감소시킨다는 목표하에 행정 인력과 예산을 23배 늘리면서 윽박지르기에 주로 의존하였다. 시스템 개선은 하지 않고 처벌을 위해서라면 불법적인 방법의 사용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 정부 산업안전정책의 또 다른 특징은 실효성 없는 대책을 남발했다는 점이다
. 정작 행정기관이 해야 할 역할은 방기한 채 산업현장의 안전을 뒤틀리게 하는 대책을 양산했다. 심지어는 얼치기 컨설팅기관의 돈벌이 거간꾼 노릇을 한다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안전진단명령과 같은 엉터리 대책을 확대해 왔다. 오죽하면 일선 직원들로부터 삽질좀 그만하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겠는가.

문제는 터무니없는 정책들이 정부가 바뀐 후에도 버젓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 새 정부가 전문성을 바탕으로 산업안전정책을 잘 챙기지 않으면 지난 정부처럼 관료들에게 휘둘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 정부에선 정치권은 요란만 했지 관료들의 권한(조직)만 키워주고 산업안전이라는 배를 산으로 향하게 했다.

지난 정부는 산업안전보건청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그 준비를 한다는 명목으로 노동부의 국을 본부로 크게 확대했다
. 그런데 민주당이 발표 뒤 청 설치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먹튀정치를 하자 이제 와선 조직만 늘려놓고 청 신설 약속은 헌신짝처럼 버렸다. 국민을 우롱하고 기만하는 처사이다. 전문성 확보를 위한 시스템은 구축하지 않고 조직이 확대된 것에만 취해 있다면 고비용 저효과행정이 심화될 것이다. 이미 산업안전행정조직은 부처 간, 산하기관 간, 부처 내 부서 간에 기능이 많이 중첩되면서 심각한 비효율을 낳고 있다. 청을 만들 것이 아니라면 관계공공조직의 인력을 대폭 슬림화해야 한다

이처럼 지난 정부에서 산업안전정책은 줄곧 안전원리에 역주행하는 방향으로 달려왔다
. 이를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려면, 새 정부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산업안전행정조직의 전문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 현재 정부의 산업안전 전문성은 심각한 수준이다. 현장전문가들은 아마추어 정책 목불인견이다.”라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산업안전인력은 양적으론 선진국과 비교해(근로자 1만명당) 3-4배 이상 많지만 전문성은 크게 낮은 수준이다. 최근엔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산업안전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조차 갖추진 못한 자들이 한 나라의 정책을 주무르고 있다는 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전문성이 없다 보니 물량 위주의 실효성 없는 정책을 양산하고 법리에 맞지 않는 정책을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행정기관의 비전문성은 기업에 대한 거친 규제와 처벌 위주의 자의적 법집행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나아가 행정에 대한 신뢰성 추락을 초래하고 있다. 새 정부는 행정기관의 전문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백약이 무효라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법제를 하루빨리 예측 가능하고 이행할 수 있도록 정비해야 한다
. 즉 안전원리와 법리에 맞는 법제로 혁신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과 같이 준법의지가 강한 기업조차 지킬 수 없는 법규가 많은 상태에서는 아무리 처벌을 강화한들 법 준수도를 높일 수 없다. 예방기준의 규범력을 높이지 않고선 기업은 법을 위반하고도 죄책감을 느끼기는커녕 법집행에 대한 불만만 갖게 될 것이다. 처벌을 강화하는 것보다 예방기준을 올바르게 정비하는 것이 훨씬 정의로운 일이고 준수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법제의 선진성을 평가할 때 처벌강도가 아니라 규범력으로 평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새 정부는 정부 본연의 역할의 하나인 산업안전의 인프라 확충을 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 기업들이 법기준을 잘 준수할 수 있도록 산재예방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생산하는 일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산업안전정책에서 매우 취약한 부분이다. 그간 정부는 자신의 책무인 기술상의 지침 제·개정업무조차 방치해 왔다. 기업들의 안전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일도 크게 강화해야 한다. 지난 정부에선 사망사고 감소에 당장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나마 있던 안전역량 강화프로그램조차 없애는 우를 범했다. 정부가 왜 존재하는지를 묻고 싶다. 감독과 처벌 외에는 정부의 존재감이 보이지 않는다. 처벌이 정부의 중심적 역할이라고 하면 산업안전행정조직은 없애도 된다. 처벌은 일반경찰이 훨씬 잘 하니까. 산업안전의 인프라를 확충하는 일은 정부의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다.

기업의 안전문화가 조성되려면 규제기관부터 안전문화가 조성돼야 한다
. 오죽하면 정부야말로 산업안전을 망치는 주범이다.” “우리나라 산업안전정책하에선 세계적인 안전기업이 나오기 어렵다라는 말이 나오겠는가. 기업의 안전수준을 높이기 위해선 정부부터 똑똑해지고 올바른 태도를 가져야 한다. 대형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 스스로는 반성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기업에게 떠넘기는 무책임한 행태부터 바꿔야 한다

전문성이 없으면 진정성이라도 갖출 필요가 있다
. 지난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은 이유도 실력은 없으면서 오만과 독선에 빠졌기 때문이다. 산업안전 분야에선 정치권만 아니라 행정도 똑같은 행태를 보였다. 아니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다. 산업안전보건법을 누더기로 만든 전부개정은 관료가 주도했고 중대재해처벌법 제정과정에도 관료가 깊숙이 관여하지 않았던가. 산업안전을 관료에게만 의지하고 챙기지 않으면 새 정부 역시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현재 산업안전행정은 곪아터지기 직전이다. 기업이라면 이미 도산했을 것이다. 가성비가 형편없기 때문이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전문성과 진정성을 바탕으로 관료들을 민주적으로 통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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